//전시 소개//
부산에서 나고 자라 부산을 그리는 작가 여근섭.
그는 대학 때 그림을 그리려 집에서 나와 부산의 바닷가를 서성거린다.
그림은 그리지 않고 부둣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점바치, 연탄에 꼼장어를 구워파는 무슨댁(지금은 할매).
밤새 큰 드럼통에 불 피워 모여있는 뱃사람들.
밤새 마시는 소주의 향과 욕지기.
작가는 부산의 녹슨 역사를 몸으로 채곡채곡 쌓는다.
화려한 부산의 이면에는 녹슬고 깡깡거리는 망치소리와
철썩이는 파도에 점점 색이 바래 쌓인 철가루.
밤새워 숨죽여 우는 좌판의 아낙들.
밤새워 취한 눈을 번뜩이는 선원들.
긴 바다로 가기 전 삶과 죽음의 갈림을 준비하는 그들.
여근섭은 이런 부산의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수 십 년 동안 그들이 살아낸 세월에 함께 있었던 작가다.
단순히 부두의 그림이 아닌 그의 작품은 이런 부산의 세월을 담는다.
모든 것이 저물어버린 부둣가.
정박한 배에선 하루의 서러움이 올라오며
한숨 소리 넘쳐나는 포장마차가 내 눈을 자극한다.
그 또한 비릿한 소리다.
그의 작품에서 나는 향 또한 그렇다.
수 십 년을 그려온 그의 그림.
영도의 녹슨 창고에서 시간을 거슬러 부산을 담았다.
이제 그가 칠한 빛을 따라 밤새도록 머무르자.
시간을 잊어가며 머무르자.//김희영//
장소 : 스페이스 원지
일시 : 2024. 11. 01 – 11. 2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