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현展(킴스아트필드 미술관)_20241102

킴스아트필드미술관은 오랜 시간 동안 주목받지 못한 사람과 대상을 자신의 작업 주제로 다루어온 임동현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작가 임동현에게 작품은 관조(觀照)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대한 기록입니다. 작가는 사회적 유력자가 아니라 저소득 주민, 청소 노동자와 같이 평범한 아니 그보다 더 가벼이 여겨지는 이들의 삶과 흔적을 전시장으로 옮겨옵니다.
작가는 단순히 약자로 정의된 사람들을 묘사하거나, 사회적 문제를 폭로하는 데 열을 내기보다는 그저 주변을 보듬어 살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마주한 사람들과 그들의 흔적을 드로잉, 콜라주, 판화, 설치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작가는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대수롭지 않게 사용된 이들을 대접하기 위한 ‘존중의 밥상’을 차립니다. 이는 밥이라는 삶의 기초적 조건마저 부실한 이들의 현재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과 고단한 삶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임동현만의 특별한 예우의 방식이겠지요. 이번 전시에도 작가는 남모를 슬픔과 고통을 위로하는 ‘혼자방’을 만들어 소주잔이 올려진 소박한 술상과 누런 택배 박스 병풍을 가져다 두었습니다.
최근 새롭게 시도된 ‘움직임·흔적·집적’ 연작​은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만난 사람, 사건, 공간, 감정, 자연 등의 모든 움직임과 그로부터 생산, 생성된 각종의 것들을 한데 모아 쌓은 결과물입니다. 여기에는 다시 보기 싫은 신문 기사, 답답함과 화가 치미는 감정, 시간이 흐르며 생긴 곰팡이, 그리고 그동안 작가가 움직인 경로와 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 등이 모두 한데 겹쳐져 있습니다.
임동현은 이렇게 하나의 화면 위에 자신의 삶을 모두 쌓아 올리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관객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현실 문제를 인식하며 우리의 일상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세상과 공명하는 예술은 단순한 미학적 성취를 넘어서는 힘을 가집니다. 그것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게 하고, 낯선 얼굴을 마주하게 하며 때로는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작가 임동현이 직접 수집한 일상의 만물들이 전시장에서 유독 환하게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입니다. 그가 모은 흔한 사람과 시시한 물건들이 전해주는 가치와 울림이 너무나도 크고 묵직합니다. 주변에 대한 끊임없는 관계 맺기를 시도하며 일상의 소재에서 가치를 발견해 온 임동현 작가의 작품 이면의 흔적과 과정을 전시장 곳곳에서 찬찬히 살펴보는 특별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KAF 미술관//

//작가 노트//
나는 나의 생산물을 통해 숨겨진 00에 빛을 비춘다. 숨겨진 00은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한 사람들, 끼니, 버려진 물건들, 싸구려 물건들, 존중받지 못한 도구적 노동들이다. 그리고 생산 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창고에 처박힌 나의 생각과 노동 생산물들도 가려진 00이다. 이 모든 것은 존재하지만 사회적 외면에 존재는 묻혀있다. 나의 작업은 무관심의 그늘 속에 묻혀 있던 것들과 사람들, 사물과 동작이면의 의미, 관계를 찾는 탐색이다. 나는 이 탐색을 통해 사소한 것, 버려진 것, 무관심, 바닥, 비관적인 것들에 대해 사회가 규정한 위치와 평가, 접근법으로 응축된 공고함을 흔들고자 한다. “예술은 중심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쓸모없는 것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라는 윌리엄 켄트리지의 말은 나의 도전을 지원한다. 이번 전시는 기울어진 기준에 따라 푸대접을 받아온 모든 이와 사물들, 동작들, 결과에 외면당한 이면의 과정들을 대접하는 기념비를 각양각색의 형태로 구성하는 것으로 반전을 획책한다. 그 유쾌한 뒤집힘을 위해 내 삶을 스치고 지나간 움직임, 소비, 감정, 노동, 발견, 생각들, 대화, 만남, 읽기, 쓰기 모두가 가르침이 되었다. 나의 존재와 시간이 누구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잊지 않고 작업을 통해 갚는 것이 작가의 존재 이유임을 깨닫는다. 더 투박하고 더 거칠게 긁고,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려서 체념의 굳은 살 속에 삶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나의 숨은 00 찾기 멈추지 않는다.//임동현//

장소 :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일시 : 2024. 11. 02 – 12. 2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