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헌展(DOT 미술관)_20241112

//작가 노트//
(도시산책)
이번 전시에서는 대도시의 관찰자로서 사회와 거리를 두고 목적 없이 배회하고, 경험하고, 이해하는 존재인 플라뇌르(Flâneur) 즉 ‘도시산책자‘가 되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모호한 도시 이미지들 속에서 한가롭게 산책해 보고자 한다.

(산책의 흔적)
작가가 표현하는 도시의 ‘기억 이미지’는 꼭 과거를 묘사하고 재현하는 이미지는 아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공존하며 작업 속에서 변주하여 새로운 구도를 이루며 움직인다. 도시의 정보와 이미지들은 과거의 기억에서 출발해 현재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하루하루 변화를 가진다. 반복되는 작업과정을 통해 혼돈에 빠져있던 이질적인 색상들과 형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며 ‘주소불명의 장소’로 재탄생된다. 때로는 작업이 조형적인 조화로움을 찾아갈 때쯤에 다시 왜곡되고 해체되어 혼돈에 빠지며 물감 흔적으로 덮이지만, 모순적이게도 그와 동시에 스스로 만들어 놓은 질서로부터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이런 처음과 끝이 없는 과정을 거친 화폭 위의 물감 흔적들은 켜켜이 누적된 삶의 무늬이고 기억의 추상이며, 마치 도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삶의 흔적’과도 닮아있다.

(주소불명의 장소와 치유공간)
새로운 도시에서 느끼는 이방인의 느낌을 회화라는 익숙한 매체를 통해 낯설고도 낯익은 장소로 표현한다. 다양한 색상의 물감들이 서서히 ‘주소불명의 장소’를 뒤덮으며 서로 다른 문화가 뒤엉켜 스며든다. 불안함과 설렘이 공존하는 낯선 장소에 적응하고 살기 위해서 작가가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두는 것이다. 혼돈으로 가득 찬 도시를 걷다 보면 누구에게나 ‘치유공간’이 필요하다.//백재헌//

장소 : DOT 미술관
일시 : 2024. 11. 12 –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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