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프리미엄 디자인 아트 페어 ‘디파인 서울 2024’가 다가오는 10월 30일(수) VIP 프리뷰 를 시작으로, 11월 3일(일)까지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와 Y173에서 개최된다. 디파인 서울(DEFINE SEOUL)은 디자인(Design)과 현대미술(Fine Art)을 연결해, 예술을 대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의미를 담은 아트페어다. 상반기 국내 최대 아트페어 아트 부산이 지난해 처음 론칭하며 주목을 받은 디파인 서울은 새로운 형태의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으로 기대를 받아왔다. 올해의 주제는 ‘단순의 의미: 이성적 시대의 본질적 추구’로, 경쟁과 과시 등 비본질적인 가치에 집착하는 시류 속에서 본질적이고 이성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 단순함의 의미를 탐구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디파인 서울의 아티스틱 디렉터(Artistic Director)로 참여한 양태오 디자이너가 주제를 기획하고, 공간연출에 참여했다. 다양한 관람층을 위한 풍성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국내외 디자인/미술계 연사들의 대화를 통해 깊이있는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디파인 토크 (Define Talk), 성수동 지역 내 전시 프로그램 및 F&B 브랜드 등 다채로운 컨텐츠를 제 공하는 로컬 프로그램 ‘성수 아트위크’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미경//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영국박물관 등 유럽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하며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신미경은 25년 가까운 오랜 시간 동안 조각의 재료가 아닌 ‘비누’라는 매체의 가변적인 물성과 풍화되는 유물의 형태를 대응시키면서 시간성을 가시화하여 시공간적 문화, 재료 간의 ‘번역’에서 오는 간극, 차이를 끄집어낸다. 최근 조각적 재료인 제스모나이트를 매체로 하는 작업으로 다시 한번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 세라믹과 유리 분야도 석사학위를 받으면서 동반해왔으며, 현재 네덜란드 프린세스호프국립도자박물관에서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거석 시리즈’는 세라믹을 재료로 한다.
작가는 1998년부터 특정 문화를 대표하는 비너스를 비롯한 서양 고전 조각상, 불상, 도자기 등을 비누로 그야말로 정교하게(또는 불완전하게) 빚어내면서 ‘비누 작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작업은 흐르는 시간에 따라 마모되고 소멸될 위협에 있는 역사적 유물 및 예술품과 연결하여, 주위 환경에 의해 변형되고 사라지는 ‘비누’라는 매체를 선택함으로써 그 질료적 특성이 강조되었다. 모각에 따르는 재현과 원본성의 문제는 물론이고, 한갓 조각 재료의 대체제로 쓰인 일상 소모품인 비누의 물성은 견고한 권위의 조각적 형상과 충돌하면서 유물이 지닌 상징적 가치나 절대 가치, 문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응축된 시간을 중심으로 작업은 수많은 질문과 동시에 ‘조각’이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2021년 발표한 ‘앱스트랙트 매터’ 시리즈는 비누 대신 새로운 동시대의 조각적 재료인 제스모나이트로 제작된 ‘회화의 형태를 띤 납작한 조각’으로, 그것은 과거로부터 오랜 세월 축적된 흔적과 풍화자국에 주목하여, 고대 벽화나 오래된 건축물의 일부 혹은 추상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비정형의 추상적 평면 조각들이다. 이들은 형태의 근원으로 회귀하여 조각적 물질로부터 형태가 이루어지는 사건으로, 재료 자체의 추상적 물성으로 나타난 새로운 조각적 형태이다.
//전원근//
전원근의 추상화는 가장 기본적 조형 요소인 점, 선, 면을 구성요소로 하며, 이성적인 동시에 수행과도 같은 오랜 시간의 반복과 누적의 과정을 동반하여 인간적인 흔적과 감성으로 동서양의 특징을 함께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색을 통한 절제된 조형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뒤셀도르프에 거주중인 작가는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무대에서 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모노크롬적 회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색상을 한 화면 안에 연출한 사각형과 격자, 선, 원의 기하학적 형태의 작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아담 핸들러//
신작의 ‘배틀’ 장면은 히어로물을 참조하여 도전적이며 신화적 상상력이 풍부하며, 모노크롬적 회화 시리즈 역시 빠른 선의 궤적으로 거친 표현의 생동감과 추상성이 짙고, 일부 스프레이페인트의 사용과 함께 그래피티(Graffiti)적인 자유분방함이 있다.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이들 시리즈와 함께, 예전 작업에 비해 한결 풍부해진 질감으로 물성이 드러나는 ‘고스트’와 ‘소녀’, ‘납치’, ‘정원’ 시리즈까지 전시는 최근 변화와 함께 그가 모색하고 있는 작품세계를 새롭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즉흥적이고 때로 장난스럽기도 한 그의 이미지 속에는 철학적이자 재치 넘치는 표현이 가득하여, 결코 가볍지 않은 반전 매력이 있다. 동심 어린 시선으로 따뜻한 공감과 내면적 소통을 이어가는 핸들러의 작업으로부터 색다른 시각적, 예술적 경험을 기대한다.
시각적으로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을 연상시키는 자유로움과 순수함, 원시성의 표출은 핸들러 회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작가 스스로의 순수하고 직관적인 표현의 발로이며, 그가 만든 꿈같은 회화적 장면에서는 작가 개인의 일상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본연의 불안과 상실 같은 삶의 문제들이 유쾌한 삶의 에너지로 치환된다.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에 천착하는 특성들은 개인적인 경험 혹은 시대적 조건에서 유발된다. 예술에 있어서 만화, 장난감 같은 오브제나 이미지를 통해 성장을 거부하는 감수성, 팝아트 이후 지속되어 온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 자유로운 그래피티 등에서 동일한 경향을 볼 수 있다. 80년대 등장한 네오-팝(neo-pop)은 현대 대중문화를 적극 차용하며 캐릭터, 환상의 세계나 가상현실, 키치, 유희적인 요소 등 각종 하위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만화적인 요소와 작가 개인의 사적인 표현, 서술적인 형식이 등장하고 그래피티 운동이 확산되면서 예술의 외연이 넓어졌다. 주목할 점은 네오-팝은 1950~60년대의 팝아트와 달리 순수미술 형식과 대중문화라는 두 정서를 결합한 복합적 양상을 띠며, 현상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억압의 기제에 주목하고 저항한다는 점이다. 핸들러의 작업은 내적으로는 자전적 경험, 외적으로는 대중문화 혹은 서브컬쳐에 대한 관심이 투영되어 있다.
//닉 슐라이커//
자유로운 형태의 색면추상회화로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슐라이커는 일상의 다양한 주제, 감성적 내러티브를 색으로 치환하여 소통하고자 한다. 영롱한 색면회화를 중심으로, 회화와 사물이 교차하는 오브제 작업까지 다루는 그의 작업은 미니멀리스트의 명료성과 진지함에서 비켜서서 위트를 더하여 보다 정서적이며 인간적인 것을 추구한다. 엄격한 사각형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셰이프트 캔버스와 제한된 틀의 경계를 벗어난 안료의 불규칙한 윤곽으로 인해, 회화는 프레임 너머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미국의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세인트루이스현대미술관 등 미술관 전시를 비롯하여 키아프 등의 아트페어에 참여하면서 떠오르는 젊은 작가로 주목받으며 마니아 층이 두텁게 쌓여가고 있다.
//조지 몰튼 클락//
우리는 대부분 어린 시절 만화 속 캐릭터를 친숙한 이미지로 언제나 떠올릴 수 있다. 애니메이션과 추상성을 접목하는 영국 작가 조지 몰튼-클락은 이러한 대중문화 속 고전 만화의 익숙한 캐릭터에 낙서 같은 추상적 요소를 더하는 동시에 움직임을 표현하는 즉흥적 드로잉의 독특한 작업을 선보인다. 곧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작가의 추상적인 재해석을 통하여 예술적으로 재탄생하였다. 작가는 현재 이스트 런던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최근 아트바젤 등 미술시장에서 혜성처럼 떠오르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컬렉터가 늘어가고 있다. 한편 의류회사 올세인트(All Saints Clothing), 가전회사 드롱기(DeLonghi), 출판사 펭귄북스(Penguin Books)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적 드로잉과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만화 캐릭터의 조합은 한편 낯설기도 하다. 거대한 캔버스 위에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톰과 제리, 핑크 팬더, 도라에몽, 호빵맨 등 동서양의 만화 캐릭터의 도상이 크로키처럼 빠르고 간결하면서 거친 선의 흐름으로 나타남에 따라 역동적인 율동으로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 하며, 최근에는 색감으로 더욱 강렬함을 띈다.마감이 되지 않은 듯 캔버스 표면에 낙서 같기도 한 캐릭터들을 구현한 화면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업은 스케치로 시작하여 깊이를 더한 또 다른 성격의 스케치로 완성된다. 작가는 오일과 아크릴, 스프레이 페인트, 차콜, 파스텔 등을 사용하여 물 흐르듯 상황에 따라 순간의 판단과 느낌으로 흐름을 타면서 작업은 즉흥성을 띠게 된다. 이는 작가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고 특징을 잡아내려는 성향에서 비롯되며 이를 통해 역동성과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완결되지 않은 듯 스케치한 대담한 이미지와 색채의 조합으로 무궁무진 변신할 것 같은 비정형적 캐릭터의 연출은 친숙한 소재들에 더해진 기발한 상상력과 감성, 그리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끌어내면서 자연스럽게 관객과 소통을 유도하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그 가운데에 이들 캐릭터들에서 어쩌면 우리 인간 존재의 모습도 대비되어 보인다는 생각을 덧붙이고 싶다.
//스캇 리더//
스캇 리더는 회화를 중심으로 조각, 영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과 매체를 넘나들며, 주로 회화의 역사와 문화를 참조한 유머와 패러디 방식의 작업들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최신작을 중심으로 그의 다양한 작업 시리즈를 연결하여 한국 관객에게는 처음으로 리더의 독창적인 작업세계와 그 면모를 소개하는 자리로, 20점의 ‘이미지 페인팅’과 ‘파스타 회화’ 시리즈, 텍스트에 기반한 ‘워드 페인팅’과 ‘리스트 페인팅’으로 구성된다. 언어 기호와 시각, 전통과 새로움, 고급과 통속 등을 섞어낸 독특한 해학적인 방식과 사유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리더의 작업은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예술의 관습이나 위계, 선입견으로 가득한 삶의 순간들을 낯설게 혹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방대한 미술사적 레퍼런스를 차치하더라도 뛰어난 색채 감각과 쿨한 유머 감각의 세계는 무척 매력적이며, 작품 감상을 즐겁게 만든다.
야자수 나무 아래 선탠과 수영을 즐기는 버터와 식빵 커플, 하필 뜨거운 열대에 드러누운 아이스크림이나 버터의 터무니없는 조합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간결하게 만화 같은 평면적 구성과 파스텔 톤의 독특한 컬러 조합을 더한 화면은 유쾌한 상상력의 무대가 된다. 때로 작품 ‘핑크 스튜디오'(2024)처럼 마티스나 피카소의 ‘미술가와 모델’, ‘스튜디오’ 같이 잘 알려진 주제의 이미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작업은 소위 순수미술과 대중미술의 이슈가 읽히기도 하며, 종종 미묘한 긴장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동시대미술의 다양한 컨텍스트로 바라보게 한다. 리더는 유머를 통해 회화 역사에 도전하고 삶의 모순 같은 진지한 주제를 다룬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의인화된 빵과 버터, 바나나 등 일상 사물들의 유머러스하고 아이러니한 광경을 담은 ‘이미지 페인팅’ 시리즈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대표적인 시리즈로, 작가는 여러가지 작품 연작을 다년간에 걸쳐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동일한 주제를 수많은 버전으로 반복하여 작업한다.
//나레이션//
안녕하세요, 추피디입니다.
저는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개최하고 있는 디파인 서울, 현장에 있습니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JJ에서는 신미경, 전원근, 아담 핸들러, 닉 슐라이커, 조지 몰튼 클락, 스캇 리더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신미경 작가는 비누와 제스모나이트, 세라믹 등을 매체로, 시간과 문화가 중첩된 조각을 창조하며, 비누라는 일상 재료가 유물의 풍화 과정을 상징하게 하여 예술과 유물의 본질적 가치에 도전합니다.
전원근 작가는 뒤셀도르프를 기반으로 점선면을 통해 동서양의 감성을 담은 모노크롬과 다채색의 추상 회화를 선보이며, 반복적 작업을 통해 인간적 감성과 시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담 핸들러의 작품은 히어로물에서 영감을 받은 배틀 장면과 그래피티적인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모노크롬 회화로 도전적이고 신화적 상상력을 드러냅니다.
많은 관람 바랍니다.
장소 : 에스팩토리 D동, Y173
일시 : 2024. 10. 30 – 11. 03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