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展(갤러리 밀 스튜디오)_20241028

//언론 보도//
정면으로 똑바로 바라보는 눈, 그렇게 응시하는 눈을 마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야 따듯한 애정의 교환으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그저 좋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이나 미술작품이 아닌 현실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눈을 마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이다.

‘응시하는 눈’ 하면 먼저 깜박이는 눈 영상이 들어간 90년대 육근병의 설치작품이 생각난다. 봉오리가 갸름하고 높은 묘지 같던 흙색 덩어리 가운데 19살 소녀의 ‘눈’ 이 지금도 잔상으로 있다. 또 하나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예술가가 여기 있다 The artist is present’라는 행위작품이다. 작가가 관객과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서로의 눈을 보며 아무런 말 없이 몇 분간 있는 작업이다. 정면으로 상대를 응시하는 작품이다.

앞쪽 작품은 ‘보고 있다’, ‘본다’라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라는 증거로서 움직이는 눈(영상)을 제시한 것이라면,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은 제목은 ‘여기 있다(현존)’를 썼지만 ‘소통’과 ‘관계’에 방점이 찍혔다고 본다.

오래간만에 현실에서 보기 힘든 정면의 눈을 볼 기회를 이용재 작품을 통해 마주한다. 이 예술작품, 이용재의 응시하는 눈은 우리에게 무얼 말하는가?

나는 그 눈을 보면서 내 눈을 생각하게 된다. ‘본다’라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자각이 현재 내가 ‘있음(현존)’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눈은 “당신은 살아있습니까?”라고 질문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당신은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냐고 묻고 있기도 한 것이다.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판단하느냐고 묻는듯하기도 하다.

생각하면 우리네 인생은 눈 뜸으로 시작해서 눈 닫음(감음)으로써 끝이 난다. 눈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선이기도 한 것이다.

또 눈은 해부학적으로 뇌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눈을 바깥으로 돌출된 뇌라서, 제2의 뇌라고도 한다. 이 뇌, 눈으로 세상을 보고 정보를 습득하며, 그 판단 하에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눈은 인지, 판단하는 ‘세상을 담는 창’인 것이다.

그런 중대한 일을 하는 제2의 뇌, 눈이 판단 오류를 가질 수 있음을 이용재의 작품은 보여준다. 눈이 가지는 정보 인식이 부정확할 수 있음을, 판단과 인지에서 오류나 오판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용재의 이 눈 작품은 얼핏 보면 연필로 그린 세밀화 같지만, 실제는 동선을 용접한 것이다. 가까이서 빗각으로 보면 입체적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다고 믿고 있던 것들, 그 믿음에 균열을 가져온다.

예술은 기존 관념의 틀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그 균열이 관람자의 정서의 긍정적 파도를 일렁이게 하여 그의 삶을 보다 풍성하고 풍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용재의 <마주침> 작업은 보고, 판단하고, 자각하는 모든 인식의 틀을 잡아 흔든다.

이용재의 이 작품은 단순히 눈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대체물, 즉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시뮬라크르를 만드는 것이다. ‘시뮬라크르’는 가상의 실재이다.

예술은 원래 ‘가상’이며 실재를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예술은 원래 이미 만들어진 세계를 모방하여 다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낸 ‘가상의 실재’라는 현존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예술작품은 객관적 실재도 아니고 꾸며낸 것도 아닌 작가만이 만든 제3의 세계인 것이다.

우리는 그 가상의 실재를 보면서 객관적 실재를 다시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 예술작품이 우리 삶을 통째로 흔들어 보다 또렷이 정확하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자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정면을 바라보는 작품 외에도 다양한 ‘눈’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이번 전시의 주제, “지각하는 선”으로 만들어진 ‘눈’들을 관람하면서 인식의 흔듦을 당해보시기를 바란다.//오마이뉴스 2024.10.29. 이혁발//

장소 : 갤러리 밀 스튜디오
일시 : 2024. 10. 28 –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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