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숙展(피카소 화랑)_20241021

//작가노트//
자연이라는 말 속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해풍을 뚫고 야무지게 자란 쪽파와 상추 그리고 진하게 풍기는 물미역 향기와 더불어 이런 청사포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날것이다. 또한 멋대로 자라난 잡초와 계산 없이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누군가 버리고 간 팻트병 등 현대의 자연은 아름답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하여 보이는 그대로는 날것 들이다.
자연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저절로 된 그대로의 현상.’이라고 되어있다. 이러한 자연들은 대체적으로 작가의 시선에 의해 풍경으로 각색된다. 풍경이라는 말에는 사람이 자연과 만나면서 길러 온 마음이 담겨 있다고들 한다. 그리고 각 풍경들 마다 그 시점 그 위치에 존재하는 사연들이 들어있다.
날것의 자연과 그 자연에 깃든 이야기가 버무려진 마음풍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러하다.

“달맞이 언덕에 붉은여우가 산다.”
‘소백산에 있는 멸종위기 종 동물센터가 종 번식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번식된 개체들을 방사하고 있는데 소백산에서 방사된 2살짜리 붉은여우가 울산을 거쳐
달맞이 언덕까지 400km를 내려와 홀로 살고 있다.’라는 뉴스를 접했을 때 머리에 떠오르는 현실은 붉은여우의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사방이 인간의 활동 범위 안인데 세상 물정 모르는 여우는 과연 안전할까? 다행히 마음 예쁜 팍스맘께서 수시로 먹이를 챙겨주고 있다하여 안심했던 기억이 있다.
붉은 여우에게는 안식을 위한 집이 있어야 하고, 집이란 무릇 풍경 좋은 곳에 의자 하나 내어 놓을 수 있는 마당도 있어야 하고 수수한 야생화가 있으면 더없이 좋을 듯한 풍경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그리는 마음풍경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실재의 진경과 그 진경을 이루고 있는 바탕에 있는 이야기를 버무려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한다.
풍경을 바라볼 때의 감동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는다는 점에서 자연 그 이상의 감동이 있다.
시인 황지우는 ‘자연은 사람의 눈을 만나 비로소 풍경이 된다’라고 하였다.
또한 ‘겸재 정선은 우리 땅을 직접 발로 답사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그가 그린 진경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경치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성리학적 이상, 곧 선경을 재구성해 낸 ‘마음 속 참된 풍경’이 담겨 있다고 평가 했다.‘(서울대 환경대학원 성종상교수의 한국인의 마음풍경 중에서 발췌)

내가 만들어 내는 풍경들은 시인이 시어를 갈고 닦아 시를 짓는 것처럼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자연 중 하나를 건져 올려 색을 입히고 선을 덧대어 새로운 풍경 하나를 완성하여 현실과 이상세계의 중간쯤인 마음풍경을 만들어낸다.//조영숙//

장소 : 피카소 화랑
일시 : 2024. 10. 21 –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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