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展(갤러리 김손)_20241019

//평론 : 미술평론가 홍경한//
김현주 작가에게 꽃은 인생이다. 그는 꽃에 인생을 압축해 각인함으로써 인간 삶을 말한다. 꽃과 인간 삶의 여정은 둘 다 유한하다는 점에서, 아름다우면서도 연약한 것이 꽃이듯 때론 눈부시지만 깨지기 쉬운 게 인생이라는 점에서도, 그리고 꽃과 생명 모두 쉽게 상처받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닮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Neo-Flower: 인생의 향기가 꽃으로 피어나다)는 2004년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바람에 나부끼던 신문지를 꽃으로 본 ‘착시’가 발단이 되어 시작된 가상의 꽃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새로운 꽃’(Neo-Flower)으로 명명된 연작들에 등장하는 대상들(오드리 헵번 Audrey Hepburn, 엘리자베스 테일러 Elizabeth Taylor, 그레이스 켈리 Grace Kelly, BTS 등)은 각자의 삶에 있어 주인공으로, 진정한 꽃을 피운 사회적·문화적 존재들이다. 나이, 성별, 각자 다른 시대, 다른 삶의 방식을 취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좌절과 꿈을 교환하지 않았다는 것과, 자신의 명성과 영향력으로 어둡고 소외된 곳에 자리한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었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특유의 신념으로 스스로를 책임진 인생의 주인공이었다. 김현주는 이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꽃에 새김으로써 영원성을 부여한다.
김현주의 작품에서 시간의 영원성은 그의 꽃이 전부 둥근 형태인 것(원형(圓形))과 관련이 깊다. 원형은 만다라(Mandala)의 작가적 응용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측면이 있다. 만개(滿開)한, 둥그런 꽃이 그렇듯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일종의 비밀그림이 만다라라는 사실은 그가 만들어온 일련의 작품들, 질곡의 시간을 겪으며 존재본질에 대해 자문해온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자신 안에 온 세상이 들어있다’는 만다라의 깨우침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시간을 관통한 영원성에 관한 작가의 시각은 신문지를 벗어나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에서 발견한 저명한 인사들의 어록으로 대체된 이번 인물 시리즈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도 보여지듯, 김현주는 다양한 기법의 수용과 기술 매체의 활용을 통한 실험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디지털 매체를 바탕으로 판화, 회화, 조각 등으로 확장되었고 그 실험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공예적 과정도 배척하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으로 수집하고 편집한 기사들, 일일이 찾아 조합한 후 여러 의미의 층위를 손으로 겹겹이 쌓는 방식으로 섬세하게 직조된 이미지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사물과 장면의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현실을 충실하게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고된 수고스러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과 함께 작가가 걸어온 길과 한 인간으로써, 한명의 예술가로써 살아오며 느끼고 경험했던 삶과 존재에 대한 메시지를 접할 수 있다. 짐작컨대, 이번 전시는 모든 이들의 인생이 꽃의 향기로 피어오를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공유하는 시간이리라 여긴다.//홍경한//

//작가노트//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작업들이 신문지에 주목하였다면, 인터넷 검색으로 찾고 편집한 기사들에 중점을 두었다.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룬 ‘Neo-Flower 2022’ 연작은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에게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일상들(의문,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작품 내용은 내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영화배우를 시작으로,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일로 성공한 여인의 삶과 인생 이야기를 꽃에 담았다.
만인의 연인이었던 오드리 헵번과 어린 시절 주말 영화 단골손님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리고 중학교 시절 극장을 처음 접하며 관람했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비비안 리, 섹시함의 대명사인 마릴린 먼로와 우아함의 표상 그레이스 켈리, 야성적인 미의 화신 소피아 로렌, 자신의 일에 너무나도 열정적인 잉그리드 버그만, 이름이 브랜드가 된 코코 샤넬 등…. 그녀들의 인생 이야기를 꽃 이미지에 녹여 표현한다.
우리가 단지 기억 속에서 예쁜 영화배우로만 느꼈던 오드리 헵번은 마지막까지 유니세프를 위해서 일했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에이즈 단체를 위해서 일했다. 그리고 그레이스 켈리는 왕비로 모나코의 경제를 살리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들의 삶의 방식은 각자 달랐지만, 그들이 지금 우리에게 아직도 기억되고 사랑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수많은 기사들과 그들이 삶에서 녹여낸 어록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숨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결국, 각자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다. 전자에 열거한 그녀들이야말로 자기 인생의 진정한 꽃을 피운 게 아닌가 한다. 따라서 난 오늘도 그녀들의 이야기를 꽃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Neo-Flower라는 새로운 꽃의 이름으로’ 말이다. 이 작품들로 현대를 살아가는 세상의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기를 바란다.
일상의 꽃 이미지에 또 다른 꽃을 만듦으로써….
그 꽃에 시들지 않는 영원한 생명력을 불어 넣음으로써….//김현주//

장소 : 갤러리 김손
일시 : 2024. 10. 19 –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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