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집은 가족 구성원 간의 사랑과 따뜻함, 안락함 등의 정서적 경험과 친밀감을 느끼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이다. 집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만들어 내는 장소이고, 집에 대한 기억은 자신의 가족, 친구, 지역사회 등과의 연관성을 떠올리게 하며, 이는 자기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집은 가족 구성원과 끊을 수 없는 유대감과 공동 운명체라는 정서가 녹아 있고, 추억을 공유하고 미래의 꿈을 꿈꿔 왔던 삶의 중요한 장소이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집의 의미도 점차 변화하지만, 여전히 집에는 개인의 지난 시절의 추억, 경험과 더불어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다. 집이 품고 있는 따뜻함과 보호받음은 집이 지닌 모성(母性)이고, 몸에 각인된 모성으로 인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스며있는 그 집들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최후의 가치로 남아 있게 된다.
나는 ‘검은 집'(2020년)을 시작으로, ‘밤의 집'(2021년), 2023년 ‘기억의 집’, ‘그 집에 산다’까지 집이라는 장소에 주목하여 작업의 중요 소재로 삼아 왔다.
나에게 집은 가족과의 정서적 유대감이 충만한 장소이면서도 가족의 부재에서 비롯된 상실감이 혼재된 장소이다. 나의 기억 속 집은 온 가족들이 함께하지 못하고 종종 혼자 지내는 장소이기도 했다. 집 연작들은 이러한 과거의 기억에서 비롯한다. 한 지붕 밑에 온 가족이 모여, 웃고 즐기면서 이야기하는 꿈을 자주 꾸곤 했다. ‘밤의 집’ 과 ‘기억의 집’이 집을 정물처럼 근접한 거리에서 정적인 시선으로 접근하여 바라봤다면 이번 ‘그 집에 산다’는 집들이 함께 어울어져 모여 있는 골목을 중심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서울과 지방을 오고 가며 촬영한 다양한 형태의 집들을 마치 도색 하듯이 색을 입히고, 낡거나 헌 물건을 고치듯이 새롭게 표현하고자 했다. 사람의 온기와 친밀도를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한 색조를 많이 사용하고자 했다.
청소년 시절의 어린 마음에는, 집은 어디에나 있지만, 가족 구성원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집은 어디에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인간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듯이 자전적 기억 속의 집은 아름답고 근사한 자태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인간을 위한 진정한 집은 어디에 있는지, 집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남아 있다
청소년기에 겪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기억과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노스탤지어 감성으로 집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가는 여정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진정한 위안과 집이라는 장소에 깃든 삶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표현하고자 한다.//손은영//
장소 : 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4. 10. 09 –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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