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경험,
매일 마주하는 풍경 속에서 문득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들.
바다의 잔잔함, 살랑이는 바람,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숲의 물결과 같은
자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뎌진 삶으로부터 숨쉬는 감각을 되찾게 된다.
자연 속에서 나를 돌이켜보고, 내면의 평화를 찾으며,
이는 고요한 여운으로 남아 스스로를 환기한다.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하며
나라는 자아를 찾아간다.
본인은 조형적 언어로서 도자조각을 사용하여
형태, 두께, 색상, 배열에 따라
경험한 미적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다.//장다연//
//작가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흙으로 작업하는 작가 장다연입니다.
자연과 마주하는 일상에서 느낀 경험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깊은 밤이나 새벽, 드넓은 바다와 같이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있으면 스스로를 환기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순간의 경험 중 저의 내면에 변화를 이끌어낸 조금은 특별한 시간이나 기억을 작업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Q2. 이번 전시명이 ‘일상의 잔상’인데요, 이번 전시명에는 어떤 의미를 담겨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일상 속에서 경험한 특별한 순간들과 감정이 잔상처럼 내면에 남았고 이를 작업으로 풀어낸 전시입니다. 미적 경험을 마주한 순간에서부터 작업을 구상하고 진행하는 과정까지 작품의 이야기가 되는 잔상은 사라지지 않고 작품 깊은 곳에 남아 저에게 영향을 줍니다. 작품을 마주할 때 당시의 장면과 감정이 다시금 떠오르며 그 감정들이 쌓이고 또 쌓여 새로운 여운을 남기게 됩니다. 일상 속 잔상들의 모음을 담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Q3. 도자공예를 전공하셨는데 도자공예를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만들거나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미대 진학을 꿈꾸게 되었고 다양한 전공 중 입체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공예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금속, 목공, 섬유 등 다양한 공예전공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네추럴 한 성질을 가졌고,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는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도자공예가 당시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결과물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저에게는 흥미로 다가왔구요. 그렇게 도자공예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고 작업을 하며 가마 안에서 흙의 성질과 온도가 만나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때로는 깨지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형태로 변형되기도 하는 도자의 물성에 매력을 느껴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4. 작품을 보니 각각 매력과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전통적인 공예작품과 달리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신 것도 보는 재미가 있는데요, 어떻게 재해석했는지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A. 보통 도자공예 하면 기능을 가진, 유약이 발린 그런 작업들을 주로 생각하는데요, 저는 공예의 기능적인 부분 보다는 재료의 특성에 주목하였습니다. 기능에 멀어지게 되면서 형태의 선택지가 늘어나게 되었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재료의 특성을 살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0년 핀란드 레지던시 때 코로나로 인해 도자 작업공간이 폐쇄되었고 타 재료를 활용한 작업 과정 속에 기능과 재료, 분야를 넘나드는 재밌는 작업들을 만들어 가게 된 것 같습니다.
Q5.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힘들었던 일이 있으셨다면 들려주세요.
A. 아무래도 개인전을 준비하다보니 어느정도 작업 양이 나와야 했는데요, 대학원 이후 오랜만에 타이트하게 작업을 하다보니 작업과정에서 새로운 재료의 활용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구요. 오랜만에 다시 한번 열과 성을 다해 작업했던 순간들이 힘들면서도 기억에 남습니다.
Q6. 작가님의 작업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저의 작업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모호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복합적인 다양한 요소들이 더해져 있기에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슬립의 농도나 색깔 또는 미묘한 형태의 변화나 배치를 통해 모호함의 미학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잔상’ 작품처럼 슬립을 오랜시간 쌓아 둥근 듯 둥글지 않은 형태를 표현하거나, 라푸아 시리즈처럼 일정한 듯 일정하지 않은 형태와 색감, 배치를 통해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인 모호함이 저의 작업을 대표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Q7. 작품에 ‘자작나무’의 소재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가 있나요? 작가님의 경험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A. 현재의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핀란드 레지던시를 다녀온 이후인데요. 당시 코로나로 인해 그 곳의 작가들, 시민분들 모두 만나기 힘들어졌고, 어쩔 수 없이 작업만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가게 안에서 취식하는 것 조차 불가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매일 작업실을 들락날락 거리며 자전거를 타고 옆 마을로 놀러가거나 산책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해가 뉘엇 넘어가는 어느 날 자작나무 숲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더라구요. 당시의 약간은 서늘했던 온도, 회빛이 번진 푸르른 하늘, 올곶게 서있는 자작나무들이 고요하면서 평온하게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한 장면과 그로 인한 다양한 감정이 잔상으로 계속 남아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장면과 감정을 추억하며 자작나무의 형상을 흙을 사용해 저의 방식대로 재해석하여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Q8. 작가로서 더 나아가 시도하고 싶거나 추구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A. 학부부터 대학원, 레지던시를 거쳐 지금까지 작업하며 제가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은 내면의 감정들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습니다. 대게 자연물에서 영감을 받으며 스스로를 환기시키거나 되뇌일 수 있는 것에 주목하여 조형화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흙을 이용하여 작품을 주로 했었습니다. 그러다 레지던시를 통해 천이나 종이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는 회화에 사용하는 재료들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확장된 작업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Q9. 이번 전시를 보러 오신 관람객분들이 가져가거나 느꼈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현대에서의 일상은 분주한 나날들의 연속입니다.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에 늘 갈망합니다. 저 또한 이와같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때때로 지치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자연과 같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순간의 소중함을 깨닿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전시를 관람하시는 동안에는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의 작은 순간 순간을 되뇌이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전시를 관람하실 때 첫째로, 기억의 잔상들을 모아 겹겹이 쌓고, 층층이 나열한 작품들의 작은 변화들에 주목해주세요. 둘째로, 하나의 장면을 보더라도 당시의 감정이나 날씨, 전후 관계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듯이 저의 작품에서도 거리와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소 : 산목&휘 갤러리
일시 : 2024. 10. 12 – 10. 2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