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모든 것에 큰 의미는 없었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용기가 없을 때, 물결에 흐르다 못해 가라앉은 풀잎처럼.
거대한 벽들로 땅을 나누고 있는 하프라인에서 태어난 A는 이곳이 그의 유일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폐허처럼 황폐한 도시, 버려진 폐기물 속에서 쓸만한 물건을 찾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끊임없이 싸우고 미워하는 두 종교 집단. 이것이 A가 자라온 세상의 전부였다.
A는 언제나 답답함을 느꼈다. 벽 너머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어릴 때 우연히 주운 사진 한 장이 그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사진 속 도시는 지금 터전이자 벽 사이인 이 하프라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분명 같은 녹색이지만 정돈되어 보이는 자연과 넓고 깨끗한 거리, 잘 정돈된 건물들. 그곳에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과는 전혀 다른 삶이 존재할 것 같았다. 언젠가 그 세상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A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지만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라는 두려움과 제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따라오는 편안함에
그러던 어느 날, A의 일상은 갑작스럽게 흔들렸다. 폐기물 더미 속을 뒤지던 중, A는 커다란 드럼통 안에서 쓰레기들과 풀들로 뒤덮인 한 소녀를 발견했다. 그 소녀는 떨고 있었고, 그의 얼굴은 더러워져 있었지만 분명 벽 너머에서 온 사람처럼 보였다. 소녀는 약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가 29지구 맞아?”
A는 한순간 멍해졌다. 벽 너머에서 온 사람을 이렇게 가까이서 만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소녀는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꺼냈다.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A의 마음속에 호기심과 용기가 살아났다. 그토록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벽 너머의 세상을 직접 볼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소녀의 이름은 B.
서쪽의 벽을 넘어 하프라인으로 들어왔지만 반대에 있는 동쪽의 벽을 넘어 다시 벽 밖으로 나가기 위한 여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두려움보단 호기심이 더 컸다. 이곳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면, A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A는 결심했다.
하프라인을 떠날 시간이 온 것이다. 이곳에서 자라며 많은 것을 사랑하고 익숙한 곳이었지만, 이제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였다. A는 소녀과 함께 벽 너머로 향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그토록 동경했던, 새로운 세상을 찾기 위한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JO JO, 작가 노트 중에서//
장소 : 18-1 갤러리
일시 : 2024. 09. 14 – 09. 2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