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자기소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필멸하는 인간이기에 순간을 영원으로 아찔하게 애틋하게 아름답게 걸어가는 꿈꾸는 미학자 입니다
Q. 이번 전시 제목인 ‘별의 바다를 건너 그대의 바다로’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별의 바다를 건너 그대의 바다로>는 날마다 만나는 바다의 언어입니다. 바다를 처음 본 건 중학교 수학여행입니다. 책에서만 보던 바다와 이야기로 듣던 바다와 바다냄새, 그리고 밀물과 썰물에 따라 경계가 달라지는 땅은 엄청난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바다를 사랑합니다. 사막을 건너가는 어린왕자처럼 나는 날마다 생의 바다를 건너갑니다. 생은 막막한 듯 해도 활어같은 언어를 품고 있어 황홀합니다. 나는 그런 바다의 언어를 줍기 위해 그물을 던지는 어부입니다. 문자언어로 담아낼 수 없는 바다의 언어…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출렁이는 언어를 차곡차곡 찍었습니다. 점과 점이 만나 선을 이루듯이, 선과 선이 만나 면을 만들 듯이 삶의 시간을 채웠습니다. 별의 바다를 건너 마침내 그대의 바다에 닿도록…..
Q. 그림 외에도, 문학 작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스스로 소개했을 때, 글은 ‘종희’, 그림은 ‘설희’라고 표현하셨는데요. 활동하시는 분야마다 예명을 나누는 이유와 ‘설희’라는 예명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노래 가사처럼, 내 안에 내가 많습니다. 어릴 때 이름이 ‘설희’였습니다. 주민등록증 이름은 ‘종희’입니다. 종희라는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지만 ‘설희’라는 이름에 더 애착을 가지는 지도 모릅니다. 종희는 중성적이지만 설희는 감각적이짆아요. 그림은 내 안의 감각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나를 발견하고 세계를 발견하는 그림… 그런 까닭으로 그림을 그릴 때는 ‘설희’로 불리워지고 싶습니다.
Q. ‘소곤소곤 봄’, ‘알레그로 봄’, ‘자카란타 피는 마을’ 등의 작품 속에서 의자가 마치 두 명의 사람이 손을 잡고 마주하는 듯 보이는데요. 작가님에게 있어 그림 속 두 개의 의자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A. 사랑입니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성장의 원동력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막막한 시간 사랑한다는 것만으로도 틈을 열어가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오래오래 웃으며 살아가는 삶. 인생이란 항해에서 매순간 우리는 여행합니다. 그대와 함께라면 존재하는 모든 것이 더욱 아름답겠지요. 사랑이란 달달한 착시가 있어 올라간 입꼬리 내려오지 않겠지요.
Q. 작가님이 생각하는 점묘 기법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우리는 아득한 어디쯤에서 시작된 존재입니다. 감성으로. 사물을 발견하고 이성으로 지평을 넓히며 순간을 영원으로 걷지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상상력과 감성 아닐까요. 제가 찍는 한 점 한 점은 한 사람입니다. 아니 다양한 사람들이 열어가는 다채로운 이야기입니다. 바닥을 보며 찍는 점은 순간이자 우주입니다.
별이 빛나는 것은 뭇사람들의 꿈을 담고 있어서라지요.. 하얀 바닥에 꽃이 피듯 점이 필 때 밤하늘의 별을 보듯 신비했습니다. 물음표로 길을 열고 저마다의 감성으로 밝힌 별빛이 서로에게 물길로 흐르듯 점묘 속에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만납니다. 점이 찍힌 바닥, 바닥이 열어가는 세계, 세계에 펼쳐진 별들의 향연 그것은 생의 파노라마입니다.
Q. 작가님을 표현하는 중심 키워드를 세 가지 정도 추려본다면 어떻게 나열할 수 있나요? 그 단어를 선택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A. 저는 호모루덴스이자 호모 비아토르입니다. 놀이란, 단지 행위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놀이는 창조적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잘 노는 사람으로, 삶을 여행하듯 늙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꿈꾸는 미학자입니다. 아마도 생의 마지막도 이런 순간 속에 있지 않을까요. 바다의 언어를 줍는 여행자로,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Q.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이 들었거나 신경을 쓴 부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A. 그림은 문자언어의 한계를 넘어서게 했습니다. 미세한 감각의 흐름과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기에 그림이 참 좋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배우지 않았기에 저만의 세계에서 유영할 뿐 타인과의 공감이 닿을지 늘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예술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가는 물길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사소한 몸부림이 미술세계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작가로서 앞으로 추진하거나 시도하고 싶은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저는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듯이 바닥을 향해 점을 찍을 겁니다. 마침내 점 속으로 들어가 저도 점이 될 겁니다. 때로 성운을 만나고, 때로 전설을 만나고, 날마다 신화를 꿈꾸는 지도 모릅니다. 언어가 오는 길을 마중하고, 마침내 당도한 언어가 펼쳐갈 세계를 발견하며 문학이 그림이 되고, 그림이 또 문학이 되는 세계를 열어가고 싶습니다.
Q. 이번 전시를 보러 오신 관람객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고맙습니다. 불어넣어주신 온기를 등불삼아 천천히 즐겁게 걸어가겠습니다.//갤러리 MERGE?//
장소 : 갤러리 MERGE?
일시 : 2024. 09. 21 – 09. 27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