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숙展(리빈 갤러리)_20240824

//작가 노트//
오랫동안 작업의 주제는 정체성에 대한 탐구로서 사람, 나무, 까마귀를 테마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운동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스스로의 자아를 밝혀 열어나가는 영성에 대한 이미지 작업을 해 왔다.
이번 개인전은 그동안 진행해 왔던 작품 세계와 그 맥락을 같이하여 지경(地鏡)을 넓히는 과정으로 ’돌‘과 ’씨앗‘ 그리고 ’나무‘에 대한 사유의 세계를 담아보려 한다.

작업의 근간이 되는 내재 자연관 측면에서 자연(自然)이란 ’스스로 그렇다‘, ’가장 근원적인 것‘, ’가장 먼저 오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을 포함한 자연적 존재들이 운동하는 원리는 바깥으로부터 그 존재들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가 부여되는 것이 아닌 그들 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떨림, 진동 그리고 파동으로 말미암는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집‘이다.
영국의 비평가인 존 버거 (John Berger)는 원래 집이란 말은 지리적이 아닌 존재론적 의미에서 ’세상의 중심‘을 의미한다고 했다. 집이 세상의 중심인 까닭은 수직과 수평선이 교차하는 곳으로 인디언들이 말하는 ’서 있는 사람‘인 나무의 존재와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
궁극의 어머니 땅인 씨앗과 스프 상태에서 탄생한 가장 작은 물질 덩어리 돌도 그가 말하는 모든 여행이 시작되는 곳임과 동시에 희망을 가지고 되돌아오는 곳, 바로 집일지 모른다.

그로 인해 작업의 환경 또한 그 연속성의 일환으로 거주하는 집과 작업실을 마당이 있고 하늘이 열린 시골로 옮겨 작지만 강한 생명의 에너지를 직접 체화하면서 담으려 노력했다.
거대한 사상을 빌어온 이미지가 아닌 오늘 아침에 만난 나무 한 그루, 텃밭에서 잉태된 씨앗 하나, 척박한 마당 한켠에 날아온 꽃씨 한 톨 한 톨에 담긴 파동과 울림으로 작은 이야기를 전한다.
’작은 것의 힘‘을 통하여 보다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내적인 힘을 함께 공유하고 싶음이다.
우리가 이들에게 가지는 기시감(旣視感)은 바로 우리 역시 그들이였기 때문이리라…//양희숙//

장소 : 리빈 갤러리
일시 : 2024. 08. 24– 0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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