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본展(금련산 갤러리)_20240716

//언론 보도//
지난 16일 오후 6시, 부산 수영구 금련산역갤러리는 시끌벅적했다. 근래 들어 부산에서 열린 전시 개막식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린 듯했다. 올해 20회 송혜수 미술상을 받은 구명본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러 모인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축하만큼이나 새로운 호기심이 집중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바로 40여 년 그림을 그린 구 작가가 붓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한 신작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36번의 개인전, 그보다 휠씬 더 많은 단체전, 국제 아트페어 등 정말 많은 미술 전시와 행사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떨린 적이 없습니다. 어제 잠을 못 잘 정도였죠. 그림을 업으로 삼는 작가기에 시대의 흐름을 예민하게 읽고 적극적으로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큰 도전입니다.”

구 작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시작했다. 섬세한 붓터치, 특유의 맑은 색감으로 소나무를 수 십년 그린 구 작가는 전국 미술판에서 ‘소나무 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구 작가는 지금까지 해 온 그림 방식을 완전히 버리기로 했다.

어느 순간 소나무를 그리는 작가들이 너무 많아졌고 심지어 구 작가의 화풍과 비슷한 작가들도 생겼다. 원조를 고집하기보다 자신이 앞서서 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도자에서 사용하는 흙을 올려 그림을 그리려다가 균열이 생겨 그림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 수 십번의 실패 끝에 흰색의 돌가루를 발견하고 물감 대신 돌가루로 선택하게 된다.

이번 전시회에선 붓 터치가 아니라 캔버스 위에 흰색의 돌가루를 바르고 말린 후 치과에서 이를 갈 때 쓰는 기계(글라인더)로 마른 돌가루를 건드려 소나무 형상을 표현했다. 붓 대신 치과 기계가 화가의 도구가 된 것이다. 이전과 다르게 바탕에 흰색의 불규칙한 여백을 두고 까치를 넣는 등 구 작가의 소나무 그림은 완전히 달라졌다. 섬세하고 세밀하면서 까치 움직임 덕분에 동적인 느낌까지 더해졌다. 무엇보다 구 작가는 자기만 할 수 있는 도구와 표현 방법을 얻었다는 점에서 가장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시에 앞서 도록으로 구 작가의 신작을 미리 본 전국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러 오겠다거나 작품을 몇 점 보내줄 수 있냐는 요청이 이어졌다. 무모한 도전이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일단 반응이 좋아 성공적인 시작이라고 격려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구명본 작가의 수상 기념전은 21일까지 열리며, 24~29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부산갤러리에서 전시를 이어간다.//부산일보 2024.07.17.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장소 : 금련산 갤러리
일시 : 2024. 07. 16 – 0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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