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철展(산목&휘 갤러리)_20240703

//작가 노트//
내 인생의 황금기 
한 땀 한 땀… 또, 한 점 한 점… 
느린 작업은 오늘도 서두르지 않고 진행 중이다 
어쩌다가 내 작업은 바느질과 인연이 됐을까…  
25년 전 무렵 미약하고 수줍게 시작된 바느질은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는 작품 안에서 힘있고 당당하다.
절대적인 시간과 속도가 필요한 바느질은 반복되는 노동에 빠져들게 하고, 반복의 몰입은 스스로를 살펴보게 하며 걱정 많은 나를 편안한 상태로 안정시킨다.  
한낱 몇 가닥의 실을 당기며 스치듯 깨닫게 되는 소중한 것들과 긍정의 기운을 가득 담은 정성스런 한 땀의 바느질은, 최고의 절정으로 활짝 피어나는 커다란 꽃이나 좋은 생각이 가득 담긴 항아리의 형상으로 찬란한 오늘을 만나게 한다. 
오늘도 이어지는 작업에 한 땀 한 획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내일의 꿈을 꿀 수 있어 보석처럼 빛나는 하루다.//김순철//

//작가 소개//
김순철작가의 작업은 여러 겹의 장지를 조성한 뒤 그 위에 모란이나 대나무 이미지를 압인하고 거기에 다시 상감기법으로 물감을 메워 넣는다. 그런 후 그 위에 도자기나 의자 형상을 수를 놓는 여러 번의 정성어린 노고의 공정을 거친다.
옛날 궁중의 복식에서 부분적으로 수를 놓아 아름다움을 강조하거나 의복을 지을 때 직접적으로 사용돼 왔는데 그 회수(수를 놓아 형상을 만드는 것)의 기법이 오늘날 여성 예술가들에게 작업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녀의 작업은 화면의 중앙에 바느질로 정갈하게 마무리된 간결한 형상이 무게 중심을 잡고 있어 힘있게 느껴진다.
작가는 바느질이라는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한다. 작가는 한지에 채색을 하고 한땀 한땀 바늘을 앞뒤로 오고가는 고단한 작업을 반복한다. 그러한 과정은 많은 생각들을 동반하고 자신을 비워내게 한다. 반복하여 쌓여가는 바느질의 흔적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다가올 내일의 시간의 연속성을 의미하고 화면의 앞과 뒷면을 오가는 바느질은 자신과 또는 주변과의 소통을 의미하는 듯하다.
작가의 바느질은 일견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바늘은 인생에서의 인내심을, 바늘이 내는 구멍은 시련을, 그러한 구멍을 다시 실로 엮는 작업은 시련이 치유됨을 말한다. 끊김없는 바느질은 인생에서 시련과 치유가 반복됨을 말하지만, 결국 화면 위의 실 덩어리로 돌출된 그릇이나 항아리처럼 따뜻하고 밝은 미래가 있음을 말한다.
홍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김순철작가의 작업은 이색적인 물성들끼리의 만남이 낯설기를 통해 어떻게 조응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전통을 재해석한 회화로 주목된다.

장소 : 산목&휘 갤러리
일시 : 2024. 07. 03 – 0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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