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구展(갤러리 조이)_20240614

//작가 노트//
나는 사람의 ‘웃는’모습 그린다.
사람의 대표적인 감정표현 하나를 작품주제로 잡았다. 웃음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①유쾌한 웃음, ②허탈한 웃음, ③깨달음의 웃음, ④비웃음으로 분류해 본다.

유쾌한 웃음은 박장대소 등 긍정적인 것이고, 허탈한 웃음은 뜻밖의 일이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깨달음의 웃음은 인간과 자연, 사물의 이치 등에 대해 깨닫게 될 때 번지는 웃음이다. 비웃음은 부정적 요소를 가장 많이 지닌 웃음이지만, 한편 비판의 웃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웃음에는 이 네 개의 외에 감정에 따라 수십 가지로 나타난다. 웃음은 감정의 추이나 시대에 따라 해학(諧謔, humor)과 풍자(諷刺, satire)로 발전하고, 구전문학이나 만평, 놀이문화 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지만 내가 그리는 ‘웃음’은 모든 감정을 내려놓은 ‘무명無名한 맑은 웃음’이었으면 한다. 그림을 대할 때 덩달아 그냥 좋은 그런 웃음 말이다.
‘웃는얼굴’에 대해 때론 미학적으로 무엇이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냥 웃는 그림”이라 말한다. 군더더기 없는 웃음을 그리고자 하기 때문이다.

아기웃음, 허탈해도 맑은 웃음, 걸걸해도 투명한 웃음, 천진난만하게 장난스런 웃음, 까르르 터트리는 어린이들의 웃음은 생각만하여도 유쾌함을 가져온다.
21세기 들어 생래적(生來的)인 사회구조가 변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속되는 이상추구 중에 하나는 웃음을 잃지 않겠다는 바람일 것이다. 그래서 웃음은 삶의 행복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웃음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웃는 뇌관을 건드리는 것은 진솔한 삶의 태도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 밝고 맑은 웃음은 과한 욕심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만들어 낸다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살아 숨 쉬는 생명성과 그 근원에서 터져 나온 봇물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웃는 것이다.

‘웃는얼굴’그림은 복합적이다. 형태를 간략화 했고, 적절한 마티에르를 바탕에 깔고 유화물감으로 채색을 한다. 얼굴의 간략화는 기호적인 도상이 되고, 기호는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효과가 있다. 쉬운 만큼 많은 공감을 준다.

오래전부터 관심을 둔 것은 기교 없어도, 예스럽고 소박한 맛이 드러나는 친근감과 천진한 멋이었다. 웃음은 이것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세련되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보다 조금은 미숙하고 투박한 맛을 내는 오래된 질그릇 같은 웃음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시간의 흐름에 의해 다듬어지고 숙성되면 품세가 깊어지고, 그 속에서 배어나오는 아름다움이 깃들게 된다. 아름다움이란 한 아름 가득히 품는 너그러운 품성과 이것이 오직 이것일 때, 그것이 오직 그것일 때, 내가 오직 나다울 때를 이르는 것이라 한다.
나는 이처럼 본연의 근원에 근거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웃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이따금 말하지만, 웃음은 자연 상태에 가까우며 ‘스스로 그러한 것’이다.
내가 그리는 그림은 웃음의 기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피어나는 기호, 수 없이 많은 웃음과 사라진 웃음, 그러나 언제든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의 웃음, 나는 그것을 그리고 있다.//이순구//

장소 : 갤러리 조이
일시 : 2024. 06. 14 –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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