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내 작업은 감성의 결과물이지만 지극히 이성적으로 다듬어진 형태와 색감으로 이루어진다. 떠오른 영감을 토대로 정교하게 설계된 내용을 구체화하고 상상을 덧댄, 어쩌면 디자인화에 가깝기도 하고 보기에 따라 공학적이고 수학적이며 추상적이기도 하다. 이를 굳이 장르로 구분하자면 비례. 균형, 대비 등으로 조형화된 구성회화의 양식을 갖췄다 볼 수 있다.
직선과 원을 축으로 구성된 화면 분할은 현대적인 내용과 도시적인 내용을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선의 구조라 보고 전체적인 이미지들을 그런 모양체로 만들어 이야기가 되게끔 배치한 것이다. 한지를 반죽한 후 캔버스에 입힌 마띠에르 작업은 ‘점묘’라는 기법을 통해 따듯하고 편안한 질감을 시각적으로 좀 더 친근하게 접근시켜 보려는 의도된 방식이기도 하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캐릭터 ‘fun’은 사람들이 지닌 양면성과 이중성 그리고 다양성을 빗댄 현대인들의 초상이며 또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여기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깡통 로봇의 형상도 마음은 늘 공허한 깡통처럼 비어있음에도 화려함과 고급스러운 외장을 쫓는 만화같고 요지경 같은 세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네가 추구하는 보편적 삶의 지향점은 누구나 원하는 것처럼 일상의 단순한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이유로 만들어진 깡통악사 ‘fun’은 ‘희로애락’의 매개체로 희망의 노래 그리고 잃어버린 즐거움과 행복한 이야기들을 찾는데 그 목적이 있다.
메마른 현실의 건조함과 차가운 감정 들을 ‘펀’이라는 영적 언어의 표현을 통해 따듯한 온도의 감성으로 녹여내 보는것 이것이 오늘도 내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부추겨 작업으로 이끄는 가장 큰 동기부여의 이유이다.
‘침묵의 이야기’라는 주제의 본질은 현대문명에 대한 자연의 저항이고 분노이다. 네거티브한 흑백의 톤으로 그려진 묘사는 철을 기반으로 한 차갑고 이기적인 인류발전의 맹점을 시각적으로 펼쳐내어 냉정하게 짚어보는 지적물이다. 그러한 이유로 이입된 감정은 날카롭고 강력한 표현으로 그려지고 강한 에너지로 가공되어 시각 언어로서의 생명체가 되어 우리에게 되묻는 것이다. 들리지 않아도 또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자연의 몸부림과 처절한 외침들은 결국 우리가 만든, 감수해야할 과제가 될것이고 그렇게 예견되는 시간의 암울한 묵시를 나만의 감정으로 깊게 그려 본것이다.
감정, 이라는 주제가 가지고 있는 목적은 직관적인 색과 질감을 통한 삶에 대한 질문이다. 전체적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돌과 여백은 삶이라는 여정을 통해 체험하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시간에 대한 화두적 의미이고 묵묵함과 무욕의 상징인 돌을 매개로 추상적인 질감과 여백이 주는 상상들은 각자의 지금과 남아있는 꿈에 대한 미래라고 생각해 본다.
복잡하고 다난한 현재에서 방향과 목적이 불확실한 지금 주제에서 짐작된 사색과 명상 성찰과 깨달음은 여백에서 찾고자하는 나 자신의 고백이고 고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심리적 안식처로서의 그의 미가 더 크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그런 수행적 작업이기도 하다.//류동필//
장소 : 이웰 갤러리
일시 : 2024. 06. 10 – 06. 28.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