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그릇은 인간의 역사만큼 기나긴 세월을 같이 했다, 허기진 끼니 때마다 편리한 도구였고 갈증을 해결하고 서로 간의 소통을 위한 매개체로 역할을 했으며, 심지어는 심미(審美)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늘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기에 삶의 한 부분과도 같다.

달은 늘 내 곁에 있다. 청소년이 되기 전까지 나만 따라다니던 달의 동반은 그 시절 가졌던 나의 순진한 비밀이었다. 달은 한 번도 같은 모습을 한 적이 없다. 같은 듯 매번 다른 모습으로 온 세상을 비춘다. 그 푸른빛은 이디에도 미치지 않는 바가 없다. 천개의 골짜기와 천개의 강에 달의 미침이 가득하다. 그곳에는 간절한 소망의 속삭임이 있고, 고요한 사색과 깊은 깨달음이 있다.

흙으로 빚은 그릇의 표면에서 작은 자연이 보인다. 산이 있고 강이 있고 심산의 깊이를 소요(逍遙)하는 나그네가 있다. 둥근 외형의 미적 완성도와 효용성은 달의 모습에서 빌려왔으리라. 천 개의 모습으로 천개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달의 후덕함은 그릇의 질감이 고스란히 닮았다.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이 세상 땅 위를 살고있는 모든 이와 많이 닮았다.//최병화//

장소 : 이젤 갤러리
일시 : 2024. 04. 25 –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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