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자료문//
임상진 작가는 도자기의 미적 가능성을 탐색하고, 다완, 청화백자 같은 한국의 전통 도자기들을 그린다. 작품 재료는 전통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재료에 착안하여, 석회와 모래와 해초를 삶은 접착제와 같은 특유의 질감을 드러내는 바탕재, 일명 ‘미끌도박’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를 통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으로 감각적 실재와 관념적 표상 사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작가는 부처 중 석불을 많이 표현하여 우리 속에 숨어있는 본질과 진정한 실체를 작품을 통해 생각하게 한다. 그 외에도 한국 고유의 유물이지만 굴곡진 역사 속에서 일본에 빼앗겨 버린 다완을 많이 표현하였고, 막사발과 풍경을 통하여 작가의 미적 가치관이 전통문화에 근간을 두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임 작가는 자신의 내면 속 진정한 자기를 만나기 위한 인고의 방편으로써, 미술 작업이 그 여로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마치 십우도의 완전한 무아 상태에 이르기 위해 마음 상태를 수련하는 일환처럼 작품 활동을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방편이 관람객으로 하여금 석불 앞에서 잠시 멈춰서서 환기하게 한다.
이를 통하여 눈에 보이는 감각적 실재에 미혹되기보다는 마음의 눈, 즉 심안과 혜안을 통해 세상과 나, 타인과 나를 바라볼 때, 우리의 진아(眞我)를 발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가 표현하는 부처(석상)는 깨달은 나, 즉 보이지 않지만 현존하는 우리 내면 상태, 진정한 무아(無我)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두가 ‘깨달은 자’, 즉 ‘부처가 될 수 있다’일 수 있다는 사견을 가져본다.
‘무아지경(無我之境), 즉 ’나‘라는 개념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 이 말은 자기 자신을 잊고 완전히 몰입하는 경지를 의미한다. 즉, 개인의 욕구와 갈망, 공포와 불안 등 감정이 사라지고, 본질을 깨달았을 때 참자유와 카타르 시스 적 경험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과 아울러 또 하나 주목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전시가 열리는 장소이다. 갤러리 이비나인은 부산 근대건축물로 등록된 옛 백제병원(현재 백제빌딩) 3층에 있다. 백제병원은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으로 건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 건물이다. 1927년 2월, 12월에 각각 건립된 두 동이 하나로 합쳐진 건물로 최초 건립되었던 1, 2, 3층 목조계단과 장식, 섬세함 등 목재로 마감된 원형이 잘 남아 있다.
100년을 역사를 담은 건물은 현재 1층은 카페로, 2층은 창비 부산이라는 출판사 겸 문화공간으로, 3층은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다. 신생 갤러리이지만 1층 2층을 찾은 손님들이 호기심에 3층까지 올라왔고 입소문이 나며 어느새 부산역 앞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알려졌다. 삐걱거리는 계단과 오래된 바닥, 곳곳에서 보이는 세월의 흔적이 임 작가의 작품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오랜 역사를 지닌 건물, 그리고 전시 공간인 갤러리 이비나인에서 진행되는 임상진 작가의 전시는 오는 2024년 3월 28일부터 4월 22일까지 열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소재한 봉은사에서 5월 1일부터 5월 8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이비나인 갤러리//
장소 : 이비나인 갤러리
일시 : 2024. 03. 28 – 04. 1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