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윤展(루미에르 갤러리)_20240118

//작가 노트//
‘착하고도 성스럽고, 문채롭고도 싸움 잘하고,
인자롭고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
사납기가 그야말로 대적할 자가 없다.’ -박지원(1737~1805) (열하일기)-

이처럼 백두대간의 산신 즉 호랑이는‘ 예로부터 ‘산신’이라 불리었으며, 동물 자체가 워낙 사나우면서도 용맹함으로 유명하다. 옛 우리 조상들은 이런 호랑이의 용맹스러운 기운이 잡귀를 쫓고, 재앙을 막아준다고 믿었으며, 더 나아가 삼재(수재, 풍재, 화재)나 기근, 풍란 등으로부터 지켜준다는 수호신으로 신성시 여겼다. 또한 그 용맹한 기세 때문에 호랑이 그림을 벽에 걸어두면 좋겠다며 집이나 사업장에 자주 걸어놓곤 하기도하며, 또한 ‘권력’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만은 아니었다. 따뜻하고 친근한 존재로 우리와 동일시 되기도 했다. 옛날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며, 설화, 민화, 전설에 등장하는 한국을 상징하며 우리 조상들의 한과 삶을 대변하는 동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부터 지금의 백두산호랑이에 이르기까지 대한호랑이의 모습은 위엄이 있으면서도 애교가 있고 신성한 영물로서, 함께 친근한 시골 할아버지 같은 분위기를 동시에 나타냄으로써 확실하게 선과 정의의 편에 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며, 그만큼 우리 민족에게 각별한 존재인 대한 짐생이 바로 한국의 백두산호랑이인 셈이다.

나는 백두호랑이, 즉, 대한짐생을 그리는 작가이다. 작품 속 호랑이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사절단의 역할을 한다. 산신과 영물 사이를 오가는 호랑이는 용맹함과 때로는 해학적인 모습으로 대조되기도 하며, 산의 제왕답게 용포를 걸친 호랑이의 모습은 내가 왕이라는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이처럼 나의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얼과 장신을 현대인과 소통하며 대변 해주는 매개체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작품으로 한국호랑이의 용맹함과 명맥을 작업 활동으로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배지윤//

장소 : 루미에르 갤러리
일시 : 2024. 01. 18 – 0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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