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한 곳에 안착하지 못하고 본질로부터 평온을 구하는 어설픈 이방인인 나는 항상 경계선 주변을 서성거린다. 경계선 밖의 유랑은 수없이 한계에 부딪히며 좌표를 잃는다. 처음 만나는 길과 숱하게 걸었던 길에서도 낯설음을 느끼는 나는 왜소한 사유의 공간인 동굴에서 스스로를 다독여야 다시 길을 나설 수 있다. 내재된 불안정한 감정과 이성이 화해하는 동굴은 반복해서 층층이 쌓아 올려 선을 긋는 행위의 상징적 공간이다.
수없이 긋는 선 작업 과정은 물리적으로는 매우 까칠하고도 고되다. 하지만 몰입의 시간은 내면의 가시가 뽑히는 가벼움과 편안함을 느낀다. 떠도는 내면의 감정을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반복하는 선 작업 안에는 오래전 잊혀진 길모퉁이를 지나 이제는 좁은 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 내가 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밝음의 조각들을 만난다.//조미화//
장소 : 갤러리 H
일시 : 2024. 01. 05 – 01. 2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