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잠깐의 침묵과 정결한 귀기울임으로 그들 안에 들어선다.
알 수 없음에 더욱 그리운 환상적인 우주, 생명으로 가득찬 어두울만큼 울창한 숲, 빛과 세상의 모든 것들의 무게를 그대로 끌어안은 깊은 바다, 그들의 심연深淵으로 들어선다. 그들은 ‘꽉’ 차있으면서도 ‘텅’ 비어있다. 이는 그들이 혼돈混沌의 힘으로부터 각자의 심연으로 질서를 찾아가는 긴 여정 즉 ‘조화’를 향한 몸부림의 결과이다. 조화=Harmony=調和는 ‘과정科程’이 필요하다.
작품作品을 제작하기 전 의식을 치루듯 준비를 마치고 나무판木版에서 내가 느끼는 최고의 자유를 누리며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科程’에 들어간다. 환상적인 우주는 내가 행복감마저 느끼게 하는 도전할 세상이며, 바다가 들려주는 속삭임, 숲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들, 이들이 나무판에서 내 손놀림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 춤춘다. 나의 의도와는 무관한 듯 작품에 나타난 표현들이 결국엔 그들의 자연스런 모습이며 그 한 중심에 항상 내가 주인공이 되어있다. 이러한 ‘즉흥卽興’의 행위들은 그 ‘과정科程’이다.
‘메타노이아(Metanoia)’ 예수의 외침은 잘못된 것으로부터 돌이킴보다는 ‘깊은 자아를 성찰’하라는 과정의 의미일 것이며, 老子의 ‘거피취차去彼取此’ 또한 깊이는 가늠하는 것이 아닌 지금 여기서부터 찾아 들어가야한다는 과정의 의미일 것이다.
따라서 내가 작품을 그려나가는 여정은 심연의 자아성찰을 ‘지금 여기서부터’ 즉흥의 배를 타고 항해하는 과정이다. 자아自我와의 조우遭遇, 그리고 함께 춤추며 이루는 ‘조화=Harmony=調和’에 오늘도 침묵으로 귀기울인다.//이원숙//
장소 : 금샘미술관
일시 : 2023. 12. 12 –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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