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평소 스스로를 향한 나의 시선은 한껏 머금은 조소를 동반한다. 피부병 환자, 민폐 덩어리와 같은 말들로 스스로에 대한 모진 평가를 쏟아내며 말이다. 나도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으리라.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이 오랜 병과 오랜 죄책감으로 삶에 대한 불만족과 분노가 어떻게 손써볼 도리도 없이, 대충 엉성하게 틀어막아 놓은 틈 사이로 터져 나올 때. 그때쯤 보았던 사진 속 어린 내 모습들은 희한하게도 내게 묘한 미시감만을 불러일으켰다.
사진 속에 그늘이라곤 없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해맑은 아이. 나는 오래된 사진 속의 어린 나와 마주할 때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하나의 존재가 아닌 애초부터 서로 알지 못했던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듯 낯섦을 느낀다. 어느 이유에선가 둘로 나누어져 버린 우리는 마치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두 가지의 삶을 살고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아이가 자라나 지금의 내가 됨은 분명하기에 그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외롭게 방치한 미안함, 부푼 꿈만큼 살아주지 못한 죄책감, 그리고 크고 작은 병들을 건네주어야만 하는 애달픔 같은 마음들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 심연에서 몸서리치는 나는 이제야 늦은 용서를 구하려 한다. 어린 나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털어버릴 수 있을 때까지 그림 속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꿈처럼 희미한 공간 속에서 시간에 가로막혀 나누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영원같이 속삭이도록…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 우리는 그 시간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남성원//
장소 : PH 갤러리
일시 : 2023. 12. 01 – 12. 3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