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나의 옥탑방 창가에서 정동(正東)으로 30분을 달리면 첫 번째 바다가 있다. 그 바다를 수없이 보았는데 그때마다 보여준 형상은 천(千)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단 하나 숨기지 못한 것은 푸른색, Blue이다. ’바다‘라 하면 청(靑), Blue로 상징되며, 그것은 ’명료한’ ‘엄격한‘ ’고귀한’ 등 무려 스무 가지 이상의 뜻으로 사용된다. 영국 왕가의 상징은 로열블루, 동양의 도자기에 사용된 오리엔탈블루, 그림물감에서 많이 쓰이는 세룰리안블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블루가 존재한다.
내가 블루의 바다에 빠진 것은 거의 20년 전 ’니르바나 블루’ 전시를 준비하면서이다. 자연의 빛이 투사된 blue는 밤과 새벽 사이에 잠시 잠깐 찾아오는 신(神)의 문자라는 것을 경험했다. 신은 블루를 통해 고행의 밤을 보낸 삼라만상의 새벽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빛깔이다. ‘The Second Sea’는 삶의 진의를 느끼고자 하는 자의 독백같이, 경계를 넘어선 자의 깨달음 같은 통각(痛覺)을 바탕에 깔고 있다.
‘두 번째 바다’전시는 바다를 찍은 결과물이 아니다. 오랫동안 바다를 체험한 자의 육신과 정신을 통해 전이된 바다를 말한다. 바닷물을 한 움큼 떠서 보면 아무런 색과 형이 없다. 자연의 빛이 투과되면서 팔색조의 아름다음으로 변신한다. 이렇듯 바다의 색은 시간과 빛 그리고 환경에 따라 다름을 가르쳐 준 메타포이다. 이 전시는 자연 환경, 생태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사유(思惟)를 담고 있으며. 존재의 변형, 연극적 요소로서 거울을 통해 창을 보려 한다. 즉 영감과 환영(幻影)의 철학적 풍경인 바다 너머의 바다이다.//권일//
장소 : 아트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3. 11. 03 –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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