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 0 +1 = 1”, “1+1= 0”
숫자 “0”은 불멸, 영원, 그리고 죽음을 의미하며, “1’은 생성, 창조, 그리고 삶을 상징하는 숫자로 규정한다. 숫자 0은 ‘비어있음’이며. 그에 상응하는 1은 '가득차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1은 수학적인 양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어있는 0이라는 숫자에 어떠한 것 이상이 더해져서 존재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따라서 숫자 0과 1은 추상적인 측면에서 죽음과 삶이라는 표상으로 정의내리는 나의 개념이다. 0 더하기 1은 1, 어떠한 생성, 혹은 삶을 은유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삶은 곧 죽음, 0으로 돌아간다. 1 더하기 1은 1 혹은 0이 된다. 수학적으로는 2, 하지만 또 하나의 삶 혹은 생성으로 볼 수 있다. 또한 1 더하기 1은 0이 되기도 한다. 가득차 있음은 곧 비어 있음과 같은 네거티브적인 양면을 가지기 때문이다.
나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수목장례를 통하여 삶과 죽음이라는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었고,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유한함과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에 대한 사유를 통해 작업을 하고 있다. 자연물의 하나인 나무, 들풀, 들꽃은 인간 존재를 은유하는 존재로 작업의 소재가 된다. 계절과 환경에 따라 스스로의 뿌리를 통해 견디고 성장하고 변화해가는 모습은 사람들과 유사하며, 각각 모두 다 소중하고 의미있는 존재들이다. 나무라는 소재는 수목장이라는 경험을 통해서 0과 1의 교차점에 있는 나의 기억이 저장되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름 모를 무수한 들풀과 들꽃은 인간 존재를 은유하는 구체적 대상에서 0과 1의 저장소라는 추상적 공간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최근에는 향나무를 작업 모티브로 삼게 되었다. 향나무는 주변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 중의 하나이다. 어느 날 차를 타고 지나가던 도로가에서 보게된 향나무 그룹은 독특하고 반짝이는 색채로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각각의 향나무는 인간 개인을 상징하기도 하고, 가끔은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나의 향나무는 옆의 향나무와 얼굴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여럿이 줄을 지어 서 있는 인간 군상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인간 사회에서의 관계를 상징한다. 때로는 가족, 때로는 사회, 어떤 집단처럼 서로 연결되고 엉키어서 또 의미가 되기도 한다. 자연의 변화가 오고 가는 0과 1의 연결지점을 관찰하는 사유는 인생의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고, 파란 빛으로 상징되는 추상적 색채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그 넓은 우주를 은유하는 들판이다.//이혜영//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일시 : 2023. 10. 24 – 10. 3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