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나는 주로 도구를 오브제로 활용하여 작업해왔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작품 ‘샘’ 이후 오브제, 특히 레디메이드를 활용한 표현은 현대미술의 크고 중요한 흐름이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나의 작업에서도 볼 수 있는데, 망치나 장도리 등의 손도구, 오래된 나무문이나 함지박 등의 생활용품들을 재료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나의 작업 역시 현대미술의 흐름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브제는 예술가에 의하여 그 사물이 본래 가지고 있던 사용상의 기능이나 목적으로부터 절연되어 새로운 느낌과 상징성을 가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된다.
나는 일상의 사물 중에서도 노동의 도구들을 직관적으로 선택하여 작업에 활용하였는데, 작품에 사용할 오브제로서의 도구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로 도구를 수집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구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거나 느낀 노동자들의 삶을 글로써 기록하고, 머릿속에 기억하고, 또 상상한다. 도구를 수집한 다음에는 그 도구와의 교감을 통해 도구에 쌓인 인간의 흔적을 더듬어 나간다. 나는 이런 기억과 기록, 상상과 느낌들을 불러내어 작품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와 같은 기존의 작업방식에서 약간의 방향 전환을 시도해 보았다. 전통적 조각기법과 오브제의 활용뿐만 아니라 설치미술, 키네틱아트, 사운드아트 등을 활용하여 표현의 형식을 다양화하였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도구와 노동’을 넘어서 ‘인간과 도구’ 그리고 ‘너와 나’라는 조금 더 포괄적인 주제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였다.//박주현//
장소 : 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일시 : 2023. 09. 27 –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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